사랑하는 사람을 달래 보내고 돌아서 돌계단을 오르는 스님 눈가에 설운 눈물방울 쓸쓸히 피는 것을 종탑 뒤에 몰래 숨어 보고야 말았습니다. 아무도 없는 법당 문 하나만 열어 놓고 기도하는 소리가 빗물에 우는 듯 들렸습니다. 밀어내던 가슴은 못이 되어 오히려 제 가슴을 아프게 뚫는 것인지 목탁소리만 저 홀로 바닥을 뒹굴다 끊어질 듯 이어지곤 하였습니다. 여자는 돌계단 밑 치자꽃 아래 한참을 앉았다 일어서더니 오늘따라 엷은 가랑비 듣는 소리와 짝을 찾는 쑥국새 울음소리 가득한 산길을 휘청이며 떠내려가는 것 이었습니다. 나는 멀어지는 여자의 젖은 어깨를 보며 사랑하는 일이야말로 가장 어려운 일인 줄 알 것 같았습니다. 한 번도 그 누구를 사랑한 적 없어서 한 번도 사랑받지 못한 사람이야말로 가장 가난한 줄도 알..
행 복 (유치환)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 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에머랄드빛 하늘이 환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행길을 향한 문으로 숱한 사람들이 제각기 한 가지씩 생각에 족한 얼굴로 와선 총총히 우표를 사고 전보지를 받고 먼 고향으로 또는 그리운 사람께로 슬프고 즐겁고 다정한 사연들을 보내나니. 세상의 고달픈 바람결에 시달리고 나부끼어 더욱더 의지삼고 피어 흥클어진 인정의 꽃밭에서 너와 나의 애틋한 연분도 한방울 연연한 진홍빛 양귀비 꽃인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 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 설령 이것이 이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 가을비 또 한번 삶..
출처 : 인천스타산악회글쓴이 : 징검다리 원글보기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