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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고 가기엔 벅찬 것이 삶일지라도

내려놓을 수 없는 것이 또한 삶이다

천인 절벽 끝에서 문득 뒤돌아 보는 망아지 처럼

건너온 세월, 그 물살들 헤어본다 한들

누가 제 버린 발자국, 쓰린 수저의 날들을

다 기억 할수 있는가

 

독충이 빨아 먹어도 아직 수액은 남아  나무는 푸르다

누구의 생이든 생은 그런 것이다

세월이 할수있는 일은

노오란 새의 부리를 검게 만드는 일뿐

상처가 없으면 언제 삶이 화끈거리리

 

지나와 보면 우리가 그토록 힐난하던 시대도

수레바퀴 같은 사회도 마침내 사랑하게된다

계절을 이긴 나무들에게

너도 아프냐고 물으면

지는 잎이 파문으로 대답한다

 

너무 오래 내려다 보아 등이 굽은 저녁이

지붕위에 내려와있다

여기 저기 켜지는 불빛

세상의 온돌들이 더워지기 시작한다

언젠가는 그 안에서 생을 마감할 사람들도

오늘 늦가을 지붕을 인다.

<추운것들과 함께, 이기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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