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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과 시>/시와 명상

[스크랩] 그는 모릅니다.

비갠후 징검다리 2009. 7. 22. 08:50

 

 

     그는 모릅니다.

     그를 처음 만난 날

     내 앞에 앉아있는 그를 보면서

     가슴 떨림에 고른 호흡하기 힘들었다는 걸,


     커피잔 들 때

     바들바들 떠는 부끄러운 손 보이고 싶지 않아

     일부러 마시기 편한 쉐이크를 주문했다는 걸,

     그렇게 태연한 척 차분한 모습 보이려

     무척이나 노력했던 나를

     그는 모릅니다.


     그를 두번째 만난 날

     들뜬 기분에 약속시간보다 30분 먼저 도착한 나,

     우산을 접으며 입구로 들어오는 그를 바라보면서

     하느님께 작은 감사기도 드렸다는 걸,


     그 날 그가 너무나 멋있어 보인다고

     참 근사하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차마 말하지 못했던 나를

     그는 모릅니다.


     그를 세번째 만난 날

     걷는걸 별로 좋아하지 않던 내게

     걷는 즐거움을 느끼게 해주었던

     “아빠손 말고도 편하게 잡을 수 있는 손이 또 있구나...”라고

     생각하게 했다는 걸

     그는 모릅니다.


     그를 네 번째 만난 날

     내 손이 다른 사람보다

     유난히 좁고 길다는 얘기에 잠들기전 침대에 누워

     손바닥 펴들고 요리조리 살폈다는 걸,


     손이 차가운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아

     그를 만나러 가는 동안 내내

     손을 접었다 폈다하면서 따뜻하게 만들었다는 걸



     "오늘은 손이 따뜻하네 " 라는 그의 말에

     내심 기뻐했다는 걸

     그는 모릅니다.


     그를 다섯 번째 만난 날

     내게 줄 선물을 준비하느라고

     늦게 온 거면서 괜히 내 눈치만 보던 그,


     그런 그가 너무 귀여워 꼭 안아주고 싶었지만

     택시기사 아저씨 눈 때문에 그저 창 밖만 바라봤다는 걸

     눈가에 눈물이 이만큼 고였다는 걸

     그는 모릅니다.


     둘이 나란히 앉았던 도서관 앞 벤치가

     힘든 일이 있을 때 혼자 찾았던 그 벤치였다는 걸

     그 벤치에 더 이상 혼자가 아닌 그와 있을 수 있어

     더 큰 의미를 부여했다는 걸

     그는 모릅니다.


     그를 여섯 번째 만난 날

     한동안 만나지 못했던 그 시간 내내

     잠시도 떠올리지 않은 적이 없었는데

     그냥 보고 싶었다는 말 한마디로 대신했던 나를

     그는 모릅니다.


     한강을 볼 때 단 둘이길 바랬던 내게

     그의 친구와의 동행은 작은 실망이었다는 걸

     그는 모릅니다.


 

     그를 일곱 번째 만난 날

     그 사람 앞에서 처음으로 눈물 보인 날.

     눈물의 의미가 하루 종일 연락하지 않은 그를 원망하는 것도

     무작정 기다린 시간이 억울해서도 아니었다는 걸...


     그저 사람 사이에서 부딪히며 지쳐있던 내게

     그가 얼마나 큰 위안이었는지

     그를 보는 순간 가슴이 벅차 올라 흘린

     행복의 눈물이었다는 걸

     그는 모릅니다.



     그는 아직도 모릅니다.

     그가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

 

 


출처 : 인천스타산악회
글쓴이 : 징검다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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