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당신을 사랑합니다. 어떻게 살아왔냐고 누가 물으면 나는 어떻게 얘기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내가 얼마나 외롭게 지내왔는지를 사람들이 더 잘 알고 있답니다. 어느 날 당신이 내 손을 잡아 주었을 때 내 인생은 새롭게 시작되었지요. 네, 정말 그랬습니다. 내가 알고 있는 인생은 외롭기만 했고 어두운 그림자가 나를 따랐을 뿐입니다. 고독한 밤에서 벗어날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저녁 시간 만큼은 나를 우울하게 만들지 못합니다. 지금 당신이 내 곁에 있으니까요. 당신은 나를 너무나 사랑하고 나만을 생각하고 있어요. 당신은 나의 영혼을 맑게 해 주었어요. 당신의 그런 모습 때문에 나는 행복해요. 인생이란 책은 간단해요. 일단 한 페이지가 읽혀졌을 때 사랑만이 남을 뿐 나머지 모두는 쓸모없이 되고 말죠. ..
살아서 고독했던 사람 그 빈자리가 차갑다 아무리 동백꽃이 불을 피워도 살아서 가난했던 사람 그 빈자리가 차갑다 나는 떼어 놓을수 없는 고독과 함께 배에서 내리자 마자 방파제에 앉아 술을 마셨다 해삼 한 토막에 소주 두잔 이 죽일 놈의 고독은 취하지 않고 나만 등대 밑에서 코를 골았다 술에 취한 섬 물을 베고 잔다 파도가 흔들어도 그대로 잔다 저 섬에서 한달만 살자 저 섬에서 한달만 뜬눈으로 살자 저 섬에서 한달만 그리움이 없어질때까지 성산포에서는 바다를 그릇에 담을수 없지만 뚫어진 구멍마다 바다가 생긴다 성산포에서는 뚫어진 그 사람의 허구에도 천연스럽게 바다가 생긴다. 성산포에서는 사람은 슬픔을 만들고 바다는 슬픔을 삼킨다 성산포에서는 사람이 슬픔을 노래하고 바다가 그 슬픔을 듣는다 성산포에서는 한사람도..
참으로 오랫만에 당신을 다시 만났습니다 헤어졌던 그 계절에 다시 만난건 우연이였을까요 어쩌면 당신은 모를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가 헤어진 그날과 똑같은 옷을 입고 있었다는걸 당신은 그 옷을 좋아했습니다 그래서 그즈음이면 늘 그 옷을 꺼내입곤 했지요 소매끝이 낡은 그 옷 언젠가 한번 입어보았던 그 옷을 내가 어떻게 잊을 수 있겠어요 나는 그 옷을 알아보았고 그 뜻으로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러자 당신도 고개를 끄덕였죠 당신의 그 행동은 내가 왜 고개를 끄덕였는지 당신도 알았다는 뜻으로 받아들여도 되는거겠죠 우리는 나란히 걸었습니다 그러다 나는 일부러 걸음을 늦췄습니다 당신의 뒷모습을 보기위해서 였습니다 당신의 어깨는 한쪽이 조금 기울어 졌거든요 그래서 뒤에서 옷을 제대로 잡아주지 않으면 한쪽으로 기운 어깨선이..
그는 모릅니다 그를 처음 만난 날 내 앞에 앉아있는 그를 보면서 가슴 떨림에 고른 호흡하기 힘들었다는 걸, 커피잔 들 때 바들바들 떠는 부끄러운 손 보이고 싶지 않아 일부러 마시기 편한 쉐이크를 주문했다는 걸, 그렇게 태연한 척 차분한 모습 보이려 무척이나 노력했던 나를 그는 모릅니다. 그를 두번째 만난 날 들뜬 기분에 약속시간보다 30분 먼저 도착한 나, 우산을 접으며 입구로 들어오는 그를 바라보면서 하느님께 작은 감사기도 드렸다는 걸, 그날 그가 너무나 멋있어 보인다고 참 근사하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차마 말하지 못했던 나를 그는 모릅니다. 그를 세번째 만난 날 걷는걸 별로 좋아하지 않던 내게 걷는 즐거움을 느끼게 해주었던 “아빠손 말고도 편하게 잡을 수 있는 손이 또 있구나” 라고 생각하게 했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