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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추절 박물관에서 본 오래된 편지

 

 

1998년 안동의 한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무덤이 발견되었습니다.

무덤의 주인은 "이응태"라는 사람이며 1555년에 출생하여 1586년에 사망하셨습니다.

 

무덤안에는 남편을 먼저보낸 아내의 애절한 사연이 담긴 편지가 발견되었습니다.

아내는 비통함을 일필휘지로 써내렸고 종이가 모자라 상단의 여백까지 사용하였습니다.

31살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등진 남편에게 전하는 아내의 마음이 절절합니다. 

"원이 아버지에게"는 조선판 "사랑과 영혼"으로 오페라로 제작중에 있습니다.

 

무덤의 주인은 놀랍게도 미이라로 출토되었습니다.

많은 유물과 복식은 "450년만의 외출"이란 이름으로 불리워지고 있습니다.

 

(사진은 언문 편지의 원문을 찍은것이고  편지글을 아래에 옯겨봅니다)

  

 

         원이 아버지에게

 

      당신 언제나 나에게 둘이 머리 희어 지도록 살다가 함께 죽자 하시더니

      어찌 나를 두고 당신 먼저 가시나요

      나와 어린 아이는 누구의 말을 듣고 어떻게 살라고 다 버리고 당신 먼저 가시나요

      당신 나에게 어떻게 마음을 가져왔고, 나는 당신에게 어떻게 마음을 가져왔었나요

 

      함께 누우면 언제나 나는 당신에게 말하곤 했지요

      여보 다른 사람들도 우리처럼 서로 어여삐 여기고 사랑할까요 ? 

      남들도 정말 우리 같을까요 ?

      어찌 그런 일들 생각하지도 않고 나를 버리고 먼저 가시나요

 

      당신을 여의고는 아무리 해도 나는 살수 없어요

      빨리 당신에게 가고 싶어요 나를 데려가 주세요

      당신을 향한 마음을 이승에서 잊을 수 없고, 서러운 뜻 한이 없습니다

 

      내 마음 어디에 두고 자식 데리고 당신을 그리워하며 살 수 있을까 생각합니다

      이 내 편지 보시고 내 꿈에 와서 자세히 말해 주세요

      당신 말을 자세히 듣고 싶어서 이렇게 글을 써서 넣어 드립니다

      자세히 보시고 나에게 말해 주세요

 

      당신 내 뱃속의 자식 낳으면 보고 말할 것 있다 하고 그렇게 가시니

      뱃속의 자식 낳으면 누구를 아버지라 하라시는 거지요

      아무리 한들 내 마음 같겠습니까

      이런 슬픈 일이 또 있겠습니까

 

      당신은 한갖 그 곳에 가 계실 뿐이지만

      아무리 한들 내 마음 같이 서럽겠습니까

      한도 없고 끝도 없어 다 못 쓰고 대강만 적습니다

 

      이 편지 자세히 보시고 내 꿈에 와서

      당신 모습 자세히 보여 주시고 또 말해 주세요

      나는 꿈에는 당신을 볼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몰래 와서 보여 주세요

      하고 싶은 말, 끝이 없어 이만 적습니다

 

     -병술(1586년) 유월 초하룻날  아내 올림-

 

 

 

출처 : 인천스타산악회
글쓴이 : 징검다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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